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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0월 21일, 이집트 해군의 고속정이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함을 향해 4발의 스틱스 대함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구축함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종말 요격 수단이 없었습니다. 결국 에일라트함은 피격되어 승무원 190명 중 47명이 전사하고 41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맞이했습니다. 거대한 전투함이 값싼 고속정의 미사일 몇 발에 단번에 격침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 해군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 극적인 사건이 바로 함정의 최종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 배경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해군은 이 핵심 방어 장비인 CIWS를 해외 도입에서 국산 개발 체계로 완전히 전환하는 역사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외산 명품 장비들을 뒤로하고 독자 개발을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산화의 결실인 한국형 CIWS-II가 기존 무기들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CIWS가 뭔가요 — 함정의 최후 보루
근접방어무기체계(Close-In Weapon System)는 함대공미사일 같은 중장거리 방어망이 적의 공격을 요격하는 데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하는 함정의 마지막 최후 보루입니다. 적의 대함미사일이나 항공기, 자폭 무인기, 고속 침투정 등이 최종 방어선까지 뚫고 들어왔을 때, 고속 연사가 가능한 기관포나 단거리 유도탄을 투입해 파괴하는 종말 단계의 방패 역할을 수행합니다.
에일라트함 사건 이후 네덜란드의 탈레스사와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각각 골키퍼(Goalkeeper)와 팔랑스(Phalanx)라는 기념비적인 무기체계를 선보였습니다. 팔랑스는 1978년 첫 등장 이후 6연장 20mm 발칸포를 탑재한 독립형 구조로 전 세계 서방권 해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골키퍼는 강력한 30mm 기관포를 얹어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역시 약 25년 전부터 단거리 미사일 체계인 램(RAM)을 비롯해 미국산 팔랑스와 네덜란드산 골키퍼까지 세 종류의 CIWS를 도입해 주력 함정들의 방패로 운용해 왔습니다.

왜 국산화를 결심했나 — 골키퍼 단종과 밴더락인 잔혹사
외산 장비에 의존하던 군수 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치명적인 두 가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첫째는 한국 해군이 극찬하며 애용하던 골키퍼 시스템의 단종이었습니다. 네덜란드 현지 제조사의 생산 라인이 멈추면서 핵심 부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이는 곧 해군 전력의 유지보수 공백과 성능 개량 지연이라는 심각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둘째는 독과점으로 인한 비용 폭리였습니다. 골키퍼가 시장에서 사라지자 서방권 해군의 선택지는 미국의 팔랑스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사실상 독점 지위를 확보한 제작사 레이시온은 추가 도입 물량의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창정비 과정에서 일본이나 대만과 달리 한국 해군에게는 국내 자체 수리를 허용하지 않았고, 미국 현지 공장으로 장비를 직접 보내 정비를 받으라는 고압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장비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우리가 구매했는데, 소모성 부품값과 정비 비용은 해외 제작사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악순환, 이른바 밴더락인(Vendor Lock-in)에 갇힌 셈입니다. 적기 정비조차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영 유지비만 천문학적으로 치솟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021년 3월 31일 근접방어무기체계-II(CIWS-II)의 국내 독자 개발을 전격 선언했습니다. 약 3,5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업체 주관 사업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 끝에 LIG넥스원이 최종 체계종합업체로 선정되어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주요 CIWS 기술 체계 비교
| 구분 Vector | 미국 Phalanx (팔랑스) | 네덜란드 Goalkeeper (골키퍼) | 대한민국 CIWS-II (국산화 진행) |
|---|---|---|---|
| 탑재 기관포 구경 | 20mm 6연장 발칸포 | 30mm 7연장 GAU-8/A 가틀링포 | 30mm GAU-8/A 기반 국산 가틀링포 |
| 레이더 스캔 방식 | 기계식 추적·탐지 레이더 일체형 | 기계식 탐지 및 추적 레이더 분리형 | 5면 고정/추적식 AESA 레이더 탑재 |
| 정보 갱신 및 탐지 속도 | 회전식 기계적 탐지 한계 존재 | 정보 갱신 주기 1초당 1회 수준 | AESA 기반 1초당 10회 이상 고속 스캔 |
| 전투체계 연동성 | 독립형 운영 위주 (통합 제한) | 함정 전투 체계와 부분 연동 | 함정 자체 전투체계와 100% 완전 통합 |
CIWS-II는 무엇이 다른가 — 5면 AESA 레이더의 혁신
기존의 구형 CIWS와 국산 CIWS-II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차별점은 레이더의 눈에 있습니다. 과거 팔랑스와 골키퍼는 모터로 안테나를 물리적으로 회전시키는 기계식 레이더를 사용했습니다. 레이더가 한 바퀴 도는 사이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초음속 위협에 대응하는 반응 속도에 태생적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기계식 레이더가 1초에 1번 꼴로 표적 정보를 갱신한다면, CIWS-II에 탑재되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전자기적 빔을 쏘아 1초에 10번 이상 표적을 감지합니다.
CIWS-II는 함정 구조물 사방에 부착된 4면 고정형 AESA 레이더에 추적 레이더를 더해 총 5개의 AESA 레이더를 유기적으로 구동합니다. 덕분에 기존 골키퍼 대비 탐지·연산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졌으며, 360도 전 방향을 사각지대 없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첨단 레이더 기술은 대한민국 형전투기 KF-21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독자적인 AESA 레이더 원천 기술을 함정 방어에 그대로 이식한 성과라는 점에서 기술 생태계의 거대한 시너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층 고도화된 전자광학추적장비(EOTS)가 힘을 보탭니다. 1세대 CIWS의 EOTS가 레이더가 잡아준 목표물을 육안으로 단순히 확인하는 보조 카메라 수준이었다면, CIWS-II의 고성능 EOTS는 레이더 데이터와 결합하여 적의 복잡한 기만책을 분쇄하고 표적의 궤적을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 추적하는 핵심 센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실전 시뮬레이션 — 단 3초에 결정되는 함정의 운명
국산 CIWS-II가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적대 세력이 발사한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시속 약 3,000km(마하 2.5)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군 함정을 향해 쇄도합니다. 1차 외곽 방어선에 있던 해군의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RAM)이 긴급 발사되어 적 미사일을 타격했지만, 완벽하게 분쇄되지 못한 미사일의 거대한 파편 잔해물들이 가속도를 유지한 채 여전히 함정을 향해 날아옵니다.
이때 함정 상부의 4면 고정형 AESA 레이더가 쏟아지는 파편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추적 레이더로 데이터를 토스하고, 30mm GAU-8/A 기관포가 마이크로초 단위로 자동 조준을 마칩니다. 사격 명령과 동시에 초당 약 65발, 분당 3,900발에 달하는 고밀도 탄막이 공중을 향해 쏟아집니다. 마하 3을 넘나드는 미사일 파편은 1초에 무려 1.2km에서 1.6km를 이동하기 때문에 최후 요격에 허락된 골든타임은 단 3초뿐입니다. 포성이 울리고 정확히 3초 후, 쇄도하던 적 미사일의 잔해는 함정 외벽에 닿기 전 공중에서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소멸합니다. 이것이 바로 CIWS-II가 달성하고자 설계된 핵심 목표 성능입니다.
전방위 다목적 요격 체계와 지상 확장 계획 (LAMD 연계)
최신 전장 트렌드에 발맞춰 CIWS-II는 전통적인 대함미사일 방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파편을 광범위하게 뿌리는 전방분산탄 기술을 적용해 군집 자폭 드론, 순항미사일, 소형 고속 침투정까지 일거에 소탕할 수 있는 다목적 터미네이터로 개발 중입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을 지상용으로 변형하여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로켓 위협을 차단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즉 저고도미사일방어체계(LAMD) 공백을 메우는 핵심 자산으로 확장 배치하는 장기 로드맵까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개발 일정과 배치, 그리고 중동으로 향하는 수출 전선
CIWS-II는 오는 2027년까지 기나긴 체계개발 및 검증을 완료하고,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주관사인 LIG넥스원은 과거 네덜란드 탈레스사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골키퍼 창정비 사업을 완벽하게 완수했던 경험이 있어, 30mm 함포 구동 기술 체계를 이미 내재화한 상태입니다. 이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리스크를 대폭 줄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독자 개발이 완료되면 차세대 울산급 Batch-III 호위함의 선두 주자인 충남함을 시작으로, 해군의 미래 주력 함정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해양정보함-III, 그리고 향후 추진될 경항공모함(CVX) 등 해군의 최첨단 수상함 전력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 양산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특히 중동 지역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예멘 반군의 자폭 드론 공격 등으로 해상 유통로 방어에 비상이 걸린 UAE를 비롯한 중동 주요국들이 한국의 가성비 높고 정밀한 AESA 기반 단거리 방어 체계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기존 외산 무기들의 단종과 갑질 횡포에 지친 국가들에게 대한민국의 독자 공급망 체계는 가장 매력적인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으며, K-방산의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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